군상(群像)에게..
2018/11/6
대단한 광경이다..
평균연령 60을 족히 넘는 군중들이 보여 주는 광란의 무대...
무슨 에너지가 이런 열기를 분출해 내는가?
그리고 과연 이 열기가 이들의 진정한 관심과 기쁨을 표현하는 것으로 믿어도 되는가?
수 KW급 출력의 앰프에서 뿜어져 나오는 트로트 광풍이 체육관 금속 빔들과 부딪쳐 울리는
파열음이 군상(群像)들을 한층 더욱 흥분상태로 몰아 가는 것 같다.
가수의 손짓 하나, 묘한 비음 하나에도 젊은이들에게서나 볼 수 있었던
환호와 괴성이 무섭도록 고조된 함성으로 울려 나온다.
제어 한계를 넘어선 듯한 일부 관중들은 무대 앞으로 뛰쳐나와
아무런 생각없이, 몸이 쏟아져라 흔들어 댄다.
과연 의도적인 개인에 의해서 거대한 사이비집단이 만들어 질 수도 있는
충분한 토양이기도 하겠다.
어쩌면 이런 낯선 광경과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극단적인 이기주의를 견주어 보며,
(내가 그 집단의 일원이라도 그들을 비판할 수 있을까 하는 자아 비판을 해 보기도 하지만)
이것은 서로 다른 집단주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무엇이 우리들의 속성이고 사실인가?
이런 격정의 일체감이 결국은 집단 이기주의의 원천인가?
집단적 이기주의가 유리한 곳에서는 집단 이기주의로,
개인의 이권이 부딪치는 경우에는 극도의 개인 이기주의가 우선되는
우리의 이중적인 면면이 더욱 우리를 슬프게 하지는 않는가?
이것이 우리가 극히 짧은 기간에 이루어 놓은 발전의 역사에
숨은 힘이기도 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지만 동시에 이런 극단의 이기주의로 인한
우리의 감성에 심한 상처와 실망을 준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새로운 노인문화를 보며 이제는 제법 살만한 환경을 갖춘 노인들이 많아졌다는 생각과 함께
이에 걸맞는우리의 정신문화를 확립해 가는 새로운 분위기가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나의 생각과 행동이 모두 옳고 선(善)일 수는 없겠지만
이런 낯선 광경을 접할 때마다 씁쓸한 비판을 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