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성남동 성당(대전)

emhong 2016. 2. 29. 06:30

2016/2/27




1960년대에는, 성남동 날맹이에서 '성남약국'을

끼고 들어가는 약 300~400m 정도의 골목길을 따라 

양켠으로 미로같은 판자촌이 얽혀 있었다.


그 골목의 끝 쯔음 공터에 공동우물이 있고, 조금 더 올라가면 공동변소가 있었다.

그 공동변소 바로 다음이 역시 골탄(아부라)칠을 한 판자때기로 지은

'성남 장로 교회'가 있었고 그 다음이 넓은 밭이 있었는데 

무슨 '순사'네 밭이라 하니 일제시대 '순사'였던 모양이다.


그 넓은 밭에서 정월 대보름만 되면 성남동과 가양동의 패싸움과

불놀이가 벌어지는데 성남교회의 골탄 칠을 한 판자들이 영락없이 뜯겨져 나가곤 했다.


그 밭을 지나면 쉽게 볼 수 없는 콘크리트 건물이 콘크리트 담장으로 

둘려진 거대한 성(城)같은 성당이 있었다.

커다란 철문 창살로 보이는 내부는 넓다란 잔디 밭으로 둘러 쌓인 건물이 있고

가끔씩 까만 사제복에 흰 카라가 목에 둘려 있는 신부(神父)를 볼 수 있었는데

그 신부가 외출할 때에는 영락없이 물방게처럼 생긴 '빵게차'가 

드나들었는데 지금보니 '복스바겐'이 아닌가 싶다.

어른들은 그 신부를 불란서에서 온 신부라 했다.


그 성당 맞은 편 쪽으로는 커다란 포도밭이 있고,

그 포도밭 끝에는 '성화원'이라는 고아원이 있었다.

그리고 성당과 포도밭 사이 길을 더 가면 미류나무 밭이 잘 조성 되어 있었는데

멀찌기 건너편에 있는 '문뎅이 촌(나환자 촌)'에서 문뎅이들이 돌아 다니며

어린 애들을 잡아 간다는 무서운 소문이 동네에 돌기도 했다.


그때의 풍경이 머릿 속에서는 생생히 그려지지만

현재 변해버린 동네 풍경으로는 내가 살던 집도, 하늘만 쳐다보고 다니던

'먼산'이네 집도, 공동변소도 찾을 수가 없다.


그러다가 오늘 그 '성당'을 발견하게 되었다.

주위에 포도밭과 넓은 들판이 있었던 성당 주변은

이제 주변의 가옥들에 묻혀 찾기조차 어려운 실정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 거대했던 '성'과 축구장만한 잔디밭은 간데없고

그저 주위와 비슷한 성당건물과 손바닥만한 유치원 놀이터가 되고 말았다.





그나마도 이 성당이 그때의 그 성당인가하고 갸우뚱 했는데

건물 옆의 아가미 모양의 날개를 보니

'아하!! 그 성당이 맞는거야..








이제 본당이 설립된지 50주년 기념이라 하니

우리가 다니던 초등학교 때 지어진게 맞는게야....






본당 옆에는 얼마 뒤에 지은 것으로 기억되는 '별관' 같은

건물이 있었는데 오늘 보는 이 건물은 그 이후에 또 다시

지어진 듯이 보인다.



오늘 친구(그 당시에는 집에서 쌀집을 했기 때문에 동네 갑부였던'근호') 딸내미의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어머니 집에 차를 세워두고 걸으면서,

옛추억을 따라 해메다가 발견한 동네 풍경 속의 성당은 한꺼번에 50년을

거슬러 올라가게한 '타임머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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