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태백산...태설산...

emhong 2018. 3. 2. 18:11

2018/3/1



직장생활을 할 때 시산제를 위한 태백산 산행에 가끔 참여한 적이 있다.
2월 중순 쯤의 일정이기에 태백산은 언제나 내게 아름다운 설경 그 자체로 남아 있다.

이제 10여년 만에 그 설경을 다시 보기위해 집사람과 약속을 했는데
어찌어찌 늦어지다가 결국 3월로 일정이 넘어 왔다.

마침 전일에 강원도의 눈 소식이 있었던터라 한껏 들뜬 기분으로 당골에 도착해 보니
눈 조각품들이 있었던 마당은 이미 치워졌지만
거대한 백색 평면 조각품으로 변신하여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그리고 그 백색 캔버스 속으로 사람들은 사라져 가고 있었다. 




























태백산 국립공원 관리요원들이 등산로를 오르며
장애물들을 정리하고 있다.
눈속에 파묻혀 있던 벤치도 모습을 드러 낸다.

조금 미안한 감은 있지만 치워진 벤치에 앉아서 쉬어 본다.
"고생이 많으시네요..."
"아니.. 아닙니다."








이토록 눈 시린 설경을 어떻게 표현 할 수 있나??

글로 표현하는 것보다 보는 것이 훨씬 실감이 날 것 같다.....






















좋긴 좋은데 너무 힘들다.
눈이 다져지지 않아 아이젠이 역할을 하지 못한다.
더구나 나는 시멘트를 한포대 지고 가는 자중이니 한걸음 한걸음이 고난의 역사이다.

어디 쯤에서 회군할 것인가? 








어쨋든 간에 8부 능선에 온 것 같다.
가 보자... 가 보자우....





















사찰인 듯 한데.... 전에도 있었던가?
그나저나 "커피.. 컵라면.." 안내판을 보니 그 사찰에는 무조건 가야겠다.




눈 속에 머물어 있는 사찰 풍경이 한폭의 그림이다.









아아...."육개장 컵라면-3000원"....

"컵라면 두 개 주시라요..."


강풍 주의보가 발효된지라 바람이 불어칠 때면 몸을 가눌 수조차 없는

환경이지만 우리는 이 뜨거운 국물로 새로운 생명을 얻어야 한다.


빼꼼히 쪽문만 열고 주문 받는다.


들어가 앉을 공간 -  서 있어도 좋을, 아주 작은 공간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지만.. - 그런 건 없다.

그냥 눈바닥에 앉든, 운 좋으면 벤치에 쪼그리고 앉든...


그리고는 먹고 난 빈그릇은 이 검은 봉다리에 넣어서

가지고 내려 가시란다...  ㅠㅠ..


추위에 떨고 굶주린 이 불쌍한 중생들을 굽어 살피소서...  





여기까지만이라고 생각했는데,

뜨끈한 국물이 들어갔으니 마지막 구간에 올라 보자.





















드디어 '천제단'에 올랐다.

얼마나 강풍이 휘몰아 쓸고 가는지 서 있을 수가 없다.


빨리 사진 찍고 가야겠다.






















내려오는 길은 위험했다.

2배의 자중에 바닥 마찰계수는 0에 가깝다.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 부단한 무릎의 역할이 필수이지만

윤할유 한번 제대로 주입하지 않은 관절은

쿳션을 제대로 감내해 내지 못한다. 


그렇지만 내려가야 한다.

내려 가야만 "고갈두"네 집에 갈 수 있다...   으으....


그래!! 바로 이 맛이야!

맵고 짜지만 확실하잖아...?

다음 번에 오면 갈치조림을 먹어 보자구...










집에 오는 길에 '앙성'에 있는 탄산온천에서 몸 좀 담갔다 갑시다.

마눌님은 배낭 속에 땟수건까지 이미 챙겨 오셨드만요....


온 몸이 노골노골하지만 편하다..

집에 가서 그냥 쓰러져 자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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