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3/29
어느새 우리 아파트에도 봄이 왔나 봅니다.
시간이 시간에게 밀려서, 또 이렇게 계절은 바뀌어 갑니다.
엊저녁에 급작스럽게 날아든 당신의 부고에 잠깐 충격을 받았더랬습니다.
요즘에는 글쎄.. 이런 일들이 그렇게 놀랄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B형"과의 이별은 뜻 밖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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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의사와는 관계없었겠지만
우리가 인연을 맺은 것이 1978년도이니,
계절로 치면 이런 봄이 40번이나 오갔는 모양입니다.
거기가 인천의 월미도이건,
썰렁했던 회현동의 빌딩 현장이건,
어쩌면 구미나 여수의 한 음식점에서도....
더구나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스리랑카의 Negombo,
바닷가 호텔의 파라솔 밑에서 일지라도,
(어이.. 요즘 오골계 많이 먹고 있나?......ㅠㅠ)
우리는 그 전투적인 "삶"...의 여정에서
가끔씩 스치기도 하고 잊기도 했군요.
당신은 어쩌면
자신의 열등을 매몰차게 이겨 내기 위해
남 모르는 노력을 해댔지요.
만날 때마다, 만나는 사람마다
실없는 얘기로 웃음을 만들어 내기 일쑤였지만
그 웃음 뒤에는 무서운 인내를 감추고 있었지요.
오늘도 당신은 국화 꽃 사이에서 웃고 있습디다.
이젠 그 미소 뒤에 숨겨야 했던
투기도,
열정도,
욕설까지도
다 내려 놓으시구랴.
당신은 좀 오래 있을 줄 생각 했는데 안타깝습니다.
이럴 줄 알았더면
당신이 수원역 순대국 집에서 막걸리 한잔 하자 했을 때
미루지 말고 만났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이제는 남은 사람끼리 그 집에서 만나겠지요.
당신 얘기 하면서....
(오늘 분당 서울대병원 장레식장에서 마지막으로 "B형"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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